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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의 여파로 한강 작가의 소설에 관해 글을 쓰거나 이야기할 일이 생겼다. 담당할 한 권을 택해야 할 때마다 나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골랐다. 그것이 한강 작가의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때, 우연히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당시의 현장을 촬영한 독일 기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이다. 왜 사람을 쏘아 죽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총에 맞아 입이 사라진 시신을 봤다. 그날 이후로 며칠을, 풀숲에 숨어 떨다가 공수부대에 발각되어 끌려가는 악몽에 시달렸다. 열 살에 처음 마주한 압도적인 잔혹을 어른이 되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 관심을 쏟아온 만큼 그 동력으로 잘 쓸 수 있다고 믿었다.<소...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불렀던 ‘사계’ 가사다. 낭만적으로 들려도 실은 1970년대 당시 자신의 몸을 갈아넣고 노동하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을 노래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한 시대 전체가 그랬다. 경공업으로 시작한 한국경제는 대량의 나이 어린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를 집단적으로 요구했고,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청소년들의 희생에 의해 지지되었다. 국가와 기업은 이들을 ‘산업 역군’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사실 이들은 기본적인 삶의 권리도 포기한 채 기계 앞에 붙들려 있어야 했던 어린 노동자일 뿐이었다.‘사계’의 가사는 이렇게 끝난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청춘만이 아니었다. 학교 다닐 기회도 잃어버렸다. 젊은 전태일이 일하던 1970년 동대문 일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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